훈련 · 2026 여름호
바로, 이 때를 위하여 LTS, 제주에서 시작된 새로운 이야기

2026년 여름, 제주열방대학에는 조금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누군가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한국어로, 또 누군가는 스페인어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모두가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영어와 한국어, 스페인어뿐 아니라 미국수화(ASL)까지 통역되었습니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 음식과 생활방식은 달랐지만, 우리는 한 가지 마음을 품고 제주에 모였습니다.
“하나님,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당신의 부르심에 신실하게 응답해야 합니까?”
2026년 6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제주열방대학에서 진행된 Mission True Leadership Training School(LTS)에는 29개국에서 온 84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함께한 LTS 간사들과 학생 및 간사들의 자녀들까지 더해지며, 120여명의 국제적인 공동체가 약 3개월 동안 제주에서 함께 생활했습니다.
LTS 첫 두 주 동안 진행된 DNA에는 LTS 공동체뿐 아니라 DNA를 위해 별도로 제주를 찾은 참가자들도 합류했습니다. 다양한 세대와 나라, 언어와 문화가 한 캠퍼스에 모인 이번 LTS는 단순한 하나의 리더십 훈련을 넘어서는 시간이었습니다.
YWAM의 역사와 DNA를 다시 돌아보고, 하나님께서 다음 세대를 향해 행하고 계신 일을 함께 분별하며, 새로운 개척과 선교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LTS는 제주열방대학에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계절을 열어 주었습니다.
다시 시작된 LTS
Leadership Training School은 YWAM의 현재와 미래의 리더들이 견고한 영적 기초와 실제적인 리더십 역량을 갖추고, YWAM의 부르심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LTS의 역사에서 중요한 열매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좋은 리더들을 훈련하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LTS와 그 안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사역과 개척으로 이어졌고, YWAM이 세계 곳곳으로 성장하고 배가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LTS는 약 20여 년 동안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리더들이 YWAM 공동설립자인 Darlene Cunningham에게 LTS를 다시 시작할 것을 요청했고, 오랫동안 멈추어 있던 LTS가 다시 개척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코스타리카, 로잔, 코나에서 LTS가 진행되었고, 2026년에는 그 여정이 제주로 이어졌습니다.
다시 시작된 LTS가 바라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부르심에 대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동시에, 공동체적으로 YWAM의 미래를 함께 구하고, 우리의 역사와 핵심 가치를 미래를 위한 기초로 다시 살펴보며 새로운 세대의 리더와 개척자를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시작된 LTS는 과거의 학교를 단순히 복원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YWAM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다시 기억하고, 하나님께서 앞으로 어디로 이끌어 가시는지를 함께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때 한국으로 가라”
처음부터 다음 LTS의 목적지가 제주였던 것은 아닙니다.
2024년 로잔에서 진행된 LTS 이후에는 다음 학교를 아프리카에서 진행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LTS 기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여러 방법을 통해 리더들에게 지금은 한국으로 가야 할 때라는 말씀을 강하게 주셨습니다.
리더들은 그 음성에 순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종의 결과로 2026년 Mission True LTS가 제주열방대학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학교를 함께 이끈 Edwin Fillies, Faby Ruesga, Giacomo Coghi는 학교를 시작하며 한국이 깊은 선교의 이야기와 기도, 인내, 희생, 그리고 파송의 역사를 품고 있는 땅임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하나님께 자신을 온전히 드린 한 민족을 통해 하나님께서 무엇을 행하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간증의 땅에서 바로 이때 함께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에스더 4장 14절의 말씀은 이번 LTS를 향한 중요한 초대가 되었습니다.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부르심과 역사가 만나는 “카이로스”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LTS가 시대의 압박에 단순히 반응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목적에 우리의 발걸음을 다시 맞추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Alignment. Refreshing. Commissioning. Renewed Vision.
다시 정렬되고, 새로워지고, 파송되며, 새로운 비전을 품는 것.
이것은 이번 LTS가 시작될 때부터 우리가 함께 품었던 기대였습니다.
제주가 모든 것을 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제주로 오는 것만으로 LTS가 만들어질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자신의 것을 내어놓아야 했습니다.
Edwin, Faby, Giacomo를 비롯한 학교 리더십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주로 온 LTS 간사들이 학교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제주열방대학 공동체 역시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6년 여름학기 동안 기존의 학교들을 열지 않고, 캠퍼스의 공간과 역량을 LTS를 위해 내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건물과 강의실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식단을 조정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제할 수 있도록 카페 공간도 이전했습니다. 제주 간사들의 식사시간과 일상의 리듬을 조정했고, 캠퍼스의 여러 일정 역시 LTS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처음부터 편안했던 것은 아닙니다.
제주 공동체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LTS 학생과 간사들에게도 한국의 음식과 문화, 공동체의 생활방식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차이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배웠습니다.
조금씩 양보하고 기다렸습니다. 상대방의 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내가 익숙한 것만을 주장하기보다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때로는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불편함처럼 느껴졌던 서로의 다름이 어느 순간 우리 공동체의 아름다움이 되어 갔습니다.
30년의 역사 가운데 처음 경험한 3개월

제주열방대학은 1996년 세워질 때부터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섬기는 선교적 허브가 되고자 하는 비전을 품어 왔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제주에서는 수많은 학교와 세미나, 선교훈련이 진행되었고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국제적인 세미나와 훈련 역시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캠퍼스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장기 프로그램은 한국인이 중심이 되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DNA를 비롯해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했던 국제적인 세미나와 훈련들도 대부분 2주에서 길어야 몇 주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LTS는 달랐습니다.
약 3개월 동안 이렇게 다양한 나라와 언어,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제주 공동체와 함께 생활하며 하나의 학교이자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간 것은 제주열방대학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LTS의 중요한 배움은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식당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카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배와 중보기도 가운데 이루어졌고, 함께 일하고 캠퍼스를 섬기는 과정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LTS 참가자들은 캠퍼스 공사 프로젝트에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손님이 아니라, 자신들도 이 공동체의 일부라는 마음으로 캠퍼스를 함께 섬겼습니다.
LTS의 리더십 훈련 역시 강의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예배와 중보기도, 소그룹, 웍듀티와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 삶으로 연결하고, 서로를 섬기며 리더십을 살아보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그 의미를 이번 여름 일상의 모든 순간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모든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이번 LTS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모든 공동체 모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말하면 그 말은 영어와 한국어, 스페인어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수화(ASL)로도 전달되었습니다.
때로는 한 문장을 모두가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진행하는 사람에게도, 통역하는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수고가 필요했습니다.
효율만 생각했다면 훨씬 쉬운 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천천히 가는 대신 함께 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모습은 요한계시록 7장 9절이 보여주는 장면을 조금이나마 떠올리게 했습니다.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서로 다른 언어가 사라져야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하나의 문화로 통일되어야 하나가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그대로 가지고 한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그것이 하나님 나라가 보여주는 아름다움 가운데 하나임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LTS 참가자들에게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제주열방대학을 방문한 여러 교회와 방문팀들도 이 공동체를 가까이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다양한 나라와 문화,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예배하고 먹고 교제하며 서로를 섬기는 모습을 통해 YWAM과 열방대학이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 온 “다양성 안의 연합(Unity in Diversity)”을 함께 맛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해외에서 온 여러 참가자들은 제주 공동체를 향해 비슷한 고백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를 손님이 아니라 가족으로 받아주어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집을 우리에게 열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주 공동체의 마음에도 반대편에서 같은 고백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 와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백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하나님의 보물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어서 감사합니다.”
이번 LTS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섬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제주가 열방을 섬겼고, 열방이 제주를 섬겼습니다.
제주가 자신의 집을 열었고, 열방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하나님의 선물을 이 집에 나누어주었습니다.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었고, 서로에게 배우며 조금씩 변화되었습니다.
마지막 주간에 나눠진 학생과 간사들의 간증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누군가는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입었던 상처가 회복되었다고 고백했고, 누군가는 농인과 청인이 함께 동역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사람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나누었습니다.
아마 이것이 지난 3개월 동안 우리가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열매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다시 DNA로, 그리고 다시 열방으로
LTS의 첫 두 주는 DNA Infusion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YWAM의 역사를 돌아보고, 하나님께서 이 선교운동에 주신 부르심과 가치들을 다시 붙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University of the Nations와 사도적 비전, 전략적 리더십, 리더의 실패, 프로젝트, 개척과 OMT, 소통과 혁신, 두뇌와 제자도, 그리고 다음 세대를 세우는 리더십으로 배움이 이어졌습니다.
이 흐름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DNA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뿌리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Darlene Cunningham이 함께했던 첫 두 주의 DNA 시간부터 마지막 주까지, 우리는 YWAM의 이야기를 단순한 역사로 듣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유산으로 받아들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유산은 마지막 프로젝트를 통해 각 사람의 삶과 부르심으로 연결되었습니다.
LTS 프로젝트는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주신 비전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실제로 이루어가기 위한 계획과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각자의 개인적인 비전을 YWAM의 더 큰 글로벌 부르심과 연결하고, 믿음과 전략, 그리고 순종을 통해 실제적인 새로운 사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번 LTS를 수료한 84명의 학생들은 저마다 하나님께 받은 새로운 비전과 프로젝트를 품고 다시 열방으로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LTS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제주에서 듣고, 기도하고, 꿈꾸고, 기록했던 비전들이 각자의 나라와 도시, 사역의 현장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될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 LTS를 통해 새로운 개척과 배가의 역사들이 이어졌던 것처럼, 이번 제주에서 하나님께서 심으신 씨앗들을 통해 어떤 새로운 사역과 공동체가 태어나고 어떤 열매가 맺히게 될지 기대합니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2026 Mission True LTS의 학교 일정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제주열방대학에게 이번 여름은 하나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호스팅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약 30년 전 이 캠퍼스를 세우시며 주셨던 부르심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섬기는 선교적 허브.
열방이 찾아와 하나님을 만나고, 서로에게 배우며, 다시 열방으로 파송되는 곳.
여러 나라와 세대와 문화가 함께 살아가는 국제적인 가족 공동체.
이번 LTS를 통해 우리는 그것이 단순한 비전의 문장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이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도 국제적인 환경 속에서 DTS가 진행되고 있으며, 제주열방대학은 이번 LTS를 통해 열린 문을 지나 새로운 계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앞으로 제주열방대학을 어떻게 사용하실지 우리는 아직 모두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올해 여름, 열방이 제주로 왔습니다.
제주는 열방을 향해 자신의 집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안에 하나님께서 심어놓으신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84명의 리더들이 제주에서 다시 열방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간 비전이 어디에서 싹을 틔울지, 어떤 새로운 개척으로 이어질지, 어떤 다음 세대를 일으키고 또 다른 민족과 도시를 섬기게 될지 기대하며 바라봅니다.
LTS를 시작하며 함께 붙들었던 에스더의 말씀처럼,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우리를 제주에 함께 모으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믿습니다.
이번 LTS는 하나의 학교의 끝이 아니라, 제주와 열방을 향해 하나님께서 써 내려가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글 · 기획처장 강동욱 | UofN Jeju | YWAM Korea

